세한도(歲寒圖) /김영동 - 귀소
歲 寒 圖
지난해에 ‘만학(晩學)’과 ‘대운(大雲)’ 두 문집(文集)을 보내주더니 올해에는 우경의 ‘문편(文偏)’을 보내왔도다. 이는 모두 세상에 흔히 있는 것도 아니고 천만리 먼 곳으로부터 사와야 하며 그것도 여러 해가 걸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세상은 흐르는 물살처럼 오로지 권세와 이익에만 수없이 찾아가서 부탁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대는 많은 고생을 하여 겨우 손에 넣은 그 책들을 권세가에게 기증하지 않고 바다 바깥에 있는 초췌하고 고고한 사람에게 주기를 세상이 권력가에 추세(趨勢)하는 것과 같이 하니, 태사공(太史公)이 이르기를 ‘권력으로 합한 자는 권력이 떨어지면 교분이 성글어 진다’고 하였는데, 군(君)도 역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일터인데 권력에 추세하는 테두리를 초연히 떠나서 나를 권력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태사공(太史公)의 말이 잘못된 것일까.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세한 연후에야 송백의 후조를 알게 된다(歲寒然後知 세한연후지 松柏之後凋 송백지후조).’고 하였으니, 송백(松柏)은 사철을 통해 시들지 않는 것이라면, 세한(歲寒) 이전에도 하나의 송백(松柏)이요, 세한(歲寒) 이후에도 하나의 송백(松柏)인데, 성인(聖人)이 특히 세한(歲寒)을 당한 이후를 칭찬하였다.
지금 군(君)이 나에게 대해 이전이라고 더한 것도 없고 이후라고 덜한 바도 없으니, 세한(歲寒) 이전의 군(君)은 칭찬할 것 없거니와, 세한(歲寒) 이후의 군(君)은 또한 성인(聖人)에게 칭찬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성인이 특별히 칭찬한 것은 한갓 후조(後凋)의 정조(貞操)와 경절(勁節)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또한 세한(歲寒)의 시절에 느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 서한(西漢)의 순후(淳厚)한 세상에 급암(汲黯)과 정당시(鄭當時) 같은 어진이 에게도 빈객(賓客)이 시세와 더불어 성하고 쇠하곤 하였으며, 하규(下邽)의 방문(榜門)은 박절(迫切)이 극하였으니 슬픈 일이다.
<보 충>
추사 김정희선생이 제주도에서 유배 중이던 1844년 제자인 역관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이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변함없이 지극함에 감동하여 선물로 그려준 그림이 바로 ‘세한도(歲寒圖)’-국보 제 180호-이다.
이 글에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논어(論語)」자한편(子罕篇)의 글귀를 인용하여 권력과 이익에 좌우되는 세상인심과, 그 가운데서도 스승을 잊지 않고 중국에서 구한 귀한 서책을 바다건너 멀리 귀양 간 스승에게 보낸 이상적의 마음 씀씀이를 칭찬하였다. 또한 논어의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 (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라는 구절은 특히 ‘세한(歲寒)’이라는 시기를 강조한 것으로 고적하고 어려운 자신의 유배생활을 세한(歲寒)에 비유하고, 송백(松柏)과 같은 기상을 잃지 않으려는 자신의 굳센 의지도 은연중에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하규(下邽)의 방문(榜門)은 박절(迫切)이 극하다’ - 한나라 때 하규(下邽)라는 고을의 翟公(적공)이란 사람이 벼슬을 하자 빈객이 문을 가득 메웠으나 그가 면직되자 집 안팎이 어찌나 한산한지 적공이 말하기를 '문 앞(밖)에 새 그물을 쳐 놓을 수 있을 정도(門外可設雀羅문외가설작라)‘였다고 한다.
얼마 후 적공이 다시 벼슬을 하니 빈객들이 교제를 하려 구름같이 몰려들었는데 적공이 이에 문(門)에 다음과 같이 크게 써서 붙였다고(방문-榜門) 한다.
一死一生 乃知交情(일사일생 내지교정)
한 번 죽고 한 번 삶에 사귐의 정을 알고
一貧一富 乃知交態(일빈일부 내지교태)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함에 사귐의 태도를 알며
一貴一賤 乃現交情(일귀일천 내현교정)
한 번 귀하고 한 번 천함에 곧 사귐의 정은 나타나네
歲寒圖(세한도) 원문
藕船是賞
우선시상
去年以晩學大雲二書寄來 今年又以藕耕文編寄來 此皆非世之常有 購之千
거년이만학대운이서기래 금년우이우경문편기래 차개비세지상유 구지천
萬里之遠 積有年而得之 非一時之事也
만리지원 적유년이득지 비일시지사야
且世之滔滔 惟權利之是趨 爲之費心費力如此 而不以歸之權利 乃歸之海外
차세지도도 유권리지시추 위지비심비력여차 이불이귀지권리 내귀지해외
蕉萃枯稿之人 如世之趨權利者
초췌고고지인 여세지추권리자
太史公云 以權利合者 權利盡以交疎 君亦世之滔滔中一人 其有超然自拔於
태사공운 이권리합자 권리진이교소 군역세지도도중일인 기유초연자발어
滔滔 權利之外 不以權利視我耶 太史公之言非耶
도도 권리지외 불이권리시아야 태사공지언비야
孔子曰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 松栢是貫四時而不凋者 歲寒以前一松栢也
공자왈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송백시관사시이부조자 세한이전일송백야
歲寒以後一松栢也 聖人特稱之於歲寒之後 今君之於我 由前而無加焉 由
세한이후일송백야 성인특칭지어세한지후 금군지어아 유전이무가언 유
後而無損焉
후이무손언
然由前之君 無可稱 由後之君 亦可見稱於聖人也耶 聖人之特稱 非徒爲後
연유전지군 무가칭 유후지군 역가견칭어성인야야 성인지특칭 비도위후
凋之貞操勁節而已 亦有所感發於歲寒之時者也
조지정조경절이이 역유소감발어세한지시자야
烏乎 西京淳厚之世 以汲鄭之賢 賓客與之盛衰 如下邽榜門 迫切之極矣 悲夫
오호 서경순후지세 이급정지현 빈객여지성쇄 여하규방문 박절지극의 비부
阮堂老人書
완당노인서